밀면을 먹으며
용재총화에 나오는 배재지라는 인물은 국수를 싫어해 사람들이 까닭을 물으니 입 속에 가득히 넣고 쭉쭉 빠는 것을 보면 심신이 떨리고 흔들린다고 대답했다. 면(麵)은 가락이 길다고 해서 장수를 기원하는 식품인데도 믿지 않았나 보다. 음식은 똑같더라도 개인적인 호불호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오늘은 무척 더웠다. 점심 먹으러 밀면 식당에 갔다. 오래전 부산에서 물밀면을 한 번 먹어보고 두 번째다. 그때는 국수 맛 비슷했다고 기억하는데, 오늘은 냉면 비슷한 맛에다 뒷맛이 조금 매웠다. 물비빔밀면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홀 안을 넌지시 보니 대개가 물비빔면을 먹고 있었다. 손님 회전도 상당히 빨라 종업원이 쉴 여유가 없었다. 언제부턴가 물과 비빔 두 메뉴가 합쳐져 물비빔 메뉴가 새로 생겼다. 어느 것을 먹을까 망설..
2023.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