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 솔숲의 하트와 브이
주차장을 벗어나자, 솔숲이 펼쳐졌다. 솔 내음이 싱그럽고 솔바람도 청량하다. 울창한 솔숲 한가운데로 산책로가 아늑하게 이어졌다. 누군가 떨어진 솔가리를 긁어모아 '하트(♡)'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마음씨가 따뜻한 분이리라. 녹음을 머금은 울창한 소나무는 키가 컸다. 검붉은 색깔의 껍질은 장수(將帥)의 철갑을 입은 듯하고 몸통에는 가지나 잎이 없거나 적고, 꼭대기 부근에 우산처럼 가지를 뻗어 바늘 같은 잎을 피웠다. 수려한 자태에 늠름한 기상이 서렸다. 그런데도 밑동에 '브이(V)' 형태의 홈이 거칠게 파인 나무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때 전쟁 물자를 보충하려고 조선총독부가 송진 기름을 채취한 흔적이다. 1943년 한해에만 전국에서 송진을 사천 톤 채취했다. 재생하지 않는 흉한 상처를 안고도 고..
202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