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제주공항에서
렌터카 회사와 공항 가까이 숙소를 잡았다. 관광하려고 하루를 비워두었으나, 비로 인해 한 주를 순연하는 바람에 탑승권이 매진되어, 아침 비행기로 바꾸었다. 관광 포기는 아쉬운 것 없다. 여러 번 와 봤으니까. 새벽에 눈을 떠 숙소를 나섰다. 무료하게 대기하는 숙소보다 공항이 볼거리가 많아서다. 밖은 빗방울이 몇 방울씩 떨어졌다. 간밤에 비가 약간 왔나 보다. 도로가 이미 꼽꼽하게 젖었다. 재킷의 후드를 썼다. 후드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청진기 소리처럼 제법 크게 들렸다. 비는 곧 그쳤다. 적막이 느껴지는 텅 빈 도로에는 가로등 불빛만 외롭다. 달리는 차도 드물고 걷는 사람도 없다. 적어도 나처럼 우둔한 위인( 爲人)이 드물다는 거겠지 싶었다. 거침없이 성큼성큼 발을 뗀다. 야심한데 사람이 없으니 노래..
2023.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