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스러운 비단잉어
얼마 전 통도사의 작은 연못 구룡지(九龍池)에서 별스러운 비단잉어 두 마리를 관찰했다. 한 마리는 죽은 척 둥둥 떠 있다가 한참 뒤에야 형태를 바로 잡고 팔팔하게 유영했다. 물고기가 죽어 뒤집혀 있는 것을 보고 주워내야 할 텐데 고민하던 내가 우스꽝스러웠다. 또 한 마리는 연못에서 가장 큰 녀석이었는데 등과 꼬리지느러미가 물어뜯겼고 몸체에 상처가 나 있었다. 연못 가장자리에서 스님 면벽하듯 벽만 바라본 채 꼼짝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았다. 한동안 지켜보고 섰는데 별꼴이었다. 전자는 죽은 척하여 중생을 놀리고 후자는 고찰의 연못이 아니랄까 봐 스님 흉내를 내고 있다. 연못이 겉보기에 평화롭게 보이지만, 남모르는 세상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기이했다. 사람살이도 보이는 게 다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024.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