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
수백 년의 연륜을 새기고 우뚝 서 있는 거목을 마주 볼 때, 우리는 아물아물한 옛날을 바로 눈앞에 보게 된다. 고목은 인간의 영욕(榮辱)을 지켜본 역사의 증인일 뿐 아니라, 몸소 풍운과 상설(霜雪)을 겪은 백전노장이기도 하다. 나무는 말이 없지만 고목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는 끝없는 상념이 떠오른다. 사람은 젊음만을 구가하고 늙음은 죽음보다도 슬퍼한다. 사람은 초로만 되어도 곧 시들기 시작하고 마음까지 정기를 잃고 비틀거린다. 그러나 나무는 연륜이 더할수록 위풍이 당당하고 늙어서야 비로소 그 정채(精彩)를 발휘한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그랬듯이 사람은 큰 고목과 마주 섰을 때 가끔 마음의 문이 열림을 의식한다. 초연한 모습으로 묵묵히 서 있는 고목을 바라보면, 늙음을 두려워하던 평범한 사람도 다소..
202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