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는 님도 보고 뽕도 딴다
설 쇠고 보름도 지났다. 동무가 그리웠는지 인산이 '번개'를 쳤다. 주배(酒輩)들이 천둥처럼 주점으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번개란 님(친구)도 보고 뽕(술)도 따는 찬스 아닌가. 친구끼리 입에 발린 수인사는 필요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먹고 마시고 소란스러운 가운데도 즐거움을 잃지 않았다. 다른 손님이 없는 막간을 틈타 수암이 최희준의 진고개 신사를 한 곡 뽑았다. 오강이 질세라 남진의 빈 지게로 즉석 화답했다. 인산과 운천은 추억의 젓가락 장단으로 흥을 돋우었다. 더러는 입으로 신명 나게 북을 두드렸다. 동네 가까이 사는 내 친구가 주점에 다 모이면 열둘이나 열셋인데 다 모이는 날은 적고 멀리 있는 친구가 오는 날 이외에는 다 오지 않는 날도 또한 적다 대개 한 번에 삼, 사 명 오는 것이 보통이다 ..
202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