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추억
간밤부터 꽤 많은 비가 꾸준히 내린다. 나무 밑에서 쉬지 못하고 지붕 그늘막도 벤치가 젖어 앉을 수가 없다. 나로서는 단비가 아닌 찬비. 노트북을 켰지만, 재미없어 우산을 쓰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할 일이 있으면 비를 맞으며 툴툴거려도 즐거울 텐데. 등산을 즐기던 한 시절, 비가 와도 산에 들었다. 비와 땀이 범벅이 되어도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날은 산에서 텐트를 치고 부추전을 굽어가며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다. 보경사 계곡에서 텐트 치고 자다가 폭우로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여관에서 광목을 둘둘 말아 미라가 되어 지샌 밤도 기억난다. 소나기 퍼붓던 어느 날, 수성교 인근 라디오房에서 볼륨을 한껏 올려 'I Can't Stop Loving You'를 틀어 놓았다. 대로(大路)에 날아다니는 레이 ..
202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