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하루
올가을 들어 가장 춥다는 기상청 엄포에 지인들과 복지리탕으로 몸을 덥힌 후 신천에 나갔다. 수성교 다리 계단에서 신천으로 내려가 물가를 걸어 여덟 개의 다리* 밑을 통과했다. 하늘은 맑고 햇살이 순한데 바람은 잔잔해 마치 어느 봄날 같았다. 수량은 많지 않으나 물이 맑고, 종아리 굵기 뺨치는 잉어 떼가 유유히 노닐고, 외로운 왜가리는 강태공 흉내를 낸다. 유영을 즐기는 청둥오리는 물살에 몸을 맡긴다. 걷는 이는 걷고, 달리는 사람은 달렸다. 영감님들은 영감님대로 모여 장기를 두고, 할머니는 할머니끼리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니 모두 한가하고 느긋하다. 둔치를 가꾸는 작업자의 일손만 바쁘다.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수고가 배어있음을 알겠다. 커피숍 TV가 왕왕거린다. 오전에 있은 윤석열 ..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