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니 금호강까지 가다
노트북을 서비스센터에 맡기고 딱히 할 일이 없어 남천을 보려고 영대교로 갔다. 다리 한가운데 섰다. 사흘 동안 비가 내려 하상(河床)이 보일 만큼 물이 깨끗하다. 하천 폭을 가득 채워 흘러오는 물이 마음을 풍성하게 하고, 둔치의 초록 잔디와 파란 하늘, 흰구름이 평화롭다. 눈이 부시다. 갑자기 걷고 싶다. 다리 밑에서 상류로 갈까, 하류를 걸을까 머뭇거리다 물을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물만 그득해도 하천은 미인이다. 물이 징검다리를 만나니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쏼쏼 인사를 한다. 욱수천과 남천이 합수하는 곳까지 왔다. 내친김에 무작정 걸어보기로 한다. 물 구경하려고 물가에 붙는다. 걷는 사정이 모두 다르다. 건강, 운동, 산책, 명상이 있고, 장거리를 걸으면서 자아를 찾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김삿갓처..
202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