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면 즐거워하자
간밤부터 온종일 비가 내린다. 보슬보슬 내렸다 치더라도 벚꽃이 멀쩡하다. 어제의 화사한 모습이 화장 지워진 민낯 같지만, 가지를 꼭 잡고 바들바들 버티는 모습이 애처롭고도 대견하다. 비바람에 떨어지지 않을 꽃잎은 없다. 베어먼*의 담쟁이 잎이라면 모를까. 꽃을 바라보면 어떤 이는 좋아하고, 어떤 이는 슬퍼한다. 마음의 상태에 따라 느끼는 심경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꽃을 보며 즐거워하는 마음을 먼저 키우고 싶다. * 베어먼: 오 헨리 소설 의 작중 인물. 폐렴에 걸려 위독해 진 화가 지망생 소녀 존시에게 희망을 주려고 폭풍우를 맞으며 밤새도록 담쟁이 잎 벽화를 그렸다. 그 탓으로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반대로 존시는 그 나뭇잎에 감화되어 회복하였다.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