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양을 만나서
일주일 전쯤 약속했다. 1978년부터 몇 년간 함께 근무한 김○○ 씨가 친했던 우리 네 명에게 한잔하자는 연락이 왔다. 당연히 OK 했는데 마침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그를 '김 양'이라고 불렀다. 그 시대에는 金 양, 李 양의 호칭이 결례가 아니었다. 사회 문화가 보편적으로 그랬다. 그는 아가씨, 우리는 총각, 김 양은 우리 다섯 명 중에서 두 번째로 빨리 결혼해 곧 사표를 냈다. 사직을 안 해도 되는데, 아쉽게 헤어졌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동안 연락이 뜸했다. 우리는 아직도 그를 김 양이라고 불렀다. 새삼스럽게 ~씨라고 하기보다 예전처럼 호칭하는 게 편했다. 할머니에게 김 양이라고 부르니 옆 사람들이 슬쩍 쳐다본다. 김 양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무덤덤하다. 그는 오래전부터 귀에 익었거나 듣고 싶..
202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