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지에서
이른 아침, 지인 텃밭에서 고추와 가지를 한 양동이씩 땄다. 며칠 따지 않았다는데 그새 많이도 달렸다. 먹을 만큼만 따려는데 천사표 지인이 한 양동이씩 안겼다. 가지는 어찌나 컸던지 큰 검정 비니루 한 포대나 됐다. 고추와 함께 차에 실어놓고 구천지에 갔다. 구천지는 텃밭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저수지다. 못 둑에 서니 연꽃이 수면을 뒤덮어 연밭을 이루었다. 초록 밭에 붉은 연꽃이 보석처럼 점점이 박혔다. 어떤 내음을 맡을 수 없었으나 연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는 듯 느껴졌다. 많지도 적지도 않아 보이는 연꽃이 눈맛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연꽃을 가까이 보려고 물가에 내려가려니 너무 우거진 잡초가 접근을 막았다. 둑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못 보던 무궁화가 새로 심겨 있었다. 둑..
202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