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분옥정
문득 오래된 집이 그립고 넉넉한 숲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살아오면서 난데없이 떠오르는 그런 생각을 오늘은 억제할 수가 없다. 의식이 일어나니 몸도 덩달아 움직인다. 도시에서 곤두선 촉수를 거두어 길을 나선다. 대구포항고속도로를 한 시간쯤 내달리다 서포항으로 빠졌다. 푸른 들판을 에두르고 기계 쪽으로 가다가 ‘분옥정*’ 이정표를 보고 마을로 접어들었다. 삼백 살이 넘은 왕버들 두 그루가 지키는 말미평 저수지를 끼고 구붓이 돌자, 목적지가 나왔다. 오래 묵은 흙냄새가 코를 찌른다. 별세계 같은 공간, 시간의 흐름에서 튕겨 나온 느낌이다. 늘어선 흙담 한 켠을 대문 크기만큼 허물어 누구든 들고 나기 쉽게 해 놓았다. 집사처럼 맞아주는 허리 숙인 노송 한 그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호수 표석을 보증하듯 4..
202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