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3. 10:38ㆍ여행의 추억
파계 교차로에서 점심 먹고 머지않은 용진마을에 위치한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니 7km 거리다. 주차장이 별도 없어 길가에 차를 세웠다. 생가 입구 왼쪽에는 안내판이, 오른쪽엔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문구와 88 올림픽 오륜기 로고가 새겨진 기념비가 맞아준다.
마당에 들어서니 안채와 사랑채, 외양간, 동상, 작은 화단에 업적비가 서 있다. 가옥은 평범한 시골집 그대로 작고 아담했다. 동상은 실물 크기이고 업적비는 근래에 세운 것으로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1932년 이곳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살았다. 2010년 노 전 대통령 일가와 종친은 집터와 생가를 대구시에 기부채납했다.
탐방객이 몇 사람 없어 둘러보기 편했다. 방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 액자 몇 개를 배치했을뿐 다른 장식이 없었다. 대청에 앉았다. 눈앞에 펼쳐진 삼각모형의 응봉산과 응해산이 보였다. 작은 산이긴 하나 가까이 있는 산이 시야를 가린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천장 상량문의 머리 글귀 정묘년을 미루어 보니 근 백년 전 1927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벽에는 한솔 이효상 선생이 쓴 액자가 걸려있다. 예술적 필체를 다 알아볼 수 없어 문화해설사에게 물어봤다. 해설사는 "松無古今色(송무고금색)"이라면서 "소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예기(禮記)가 출전이라면서 한시까지 찾아 보여주었다.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를 떠올리는 오언절구였다. 일행들은 해설사에게 인스턴트 커피를 응대받으면서 노○○ 씨가 -기부채납 시 생가의 원형을 변형하지 말라- 당부한 일화를 듣기도 했다. 생가는 군부 쿠데타 주동자라는 평가를 의식해서인지 별다른 장식이 없었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들의 생가를 대부분 가봤지만, 왜곡이 느껴지는 곳도 있었다. 세간의 존경 여부와 상관 없이 역사의 인물이 태어난 집을 둘러보는 동안 따스한 봄볕은 생가에도 소담히 내려앉았다. (202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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