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구름이라고 하는

2023. 12. 11. 00:39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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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아침 산책 길에서.

무릇 구름이라고 하는 것은 뭉게뭉게 한없이 피어 오르기도 하고 급히 날아가다가 휘어 들기도 하며 아주 엷고 가늘어 흐느적거리기도 하여 산에도 길게 얽매여 있지 않고 하늘에도 머물러 있지 않아 동서남북 가는 곳마다 구속될 게 없다.

그러면서도 경각의 사이에 변화가 무상하여 사람으로서는 측량할 수 없는 게 구름이다. 느릿느릿 퍼지는 구름은 군자의 거동 같고 거두어 들이 듯 모여드는 구름은 지사(志士)의 취미와도 같은 것이다.

한창 가뭄이 들 때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인(仁)이라 하겠고, 오기는 왔지만 길게 머물러 있지 않으며 갈 때에도 미련도 없이 가니 이 또한 통달(通達)이 아닌가. 그리고 구름이 푸르거나, 누르거나, 붉거나, 검은 것은 모두 구름의 정색(正色)이 아니다. 오직 흰빛이 구름의 상(常)인 것이다.

구름은 저와 같이 덕이 있고 또 저와 같이 빛이 있으니, 구름을 사랑하여 그의 덕을 배워 가면, 첫째로 만물에 혜택을 줄 수 있고, 그리고 마음을 가볍게 하여 구름의 백(白)을 지키며, 또한 구름의 상(常)에 처하여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구름이 나를 닮았는지 내가 구름을 닮았는지 모르게 될 것이다. // 이규보*

* 李奎報(1168~1241) : 고려 의종 때의 대문장으로 활약한 고려의 문신. 자는 춘경, 호는 백운거사, 지헌, 삼혹호 선생으로 소년 시절 술을 좋아하며 자유분방하게 지내 23세 때 겨우 진사에 급제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해 출세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26세 때 개성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며 당시 문란한 정치와 혼란한 사회를 보고 각성해 <동명왕편> 등을 지었다. 그 뒤 최충헌 정권에 시문으로 접근해 32세부터 벼슬길에 올랐다. 이후 좌천과 부임, 면직과 유배, 복직 등을 거듭하면서 다사다난한 생을 보냈다.
권력에 아부한 지조 없는 문인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우리 민족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외적의 침입에 대해 단호한 항거정신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출처: 다음백과/역사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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