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7. 21:42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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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도화지가 너무 커서 바람은 왼쪽에 이 구름, 오른쪽엔 저 구름*을 그렸다.
낙서를 한 것 같기도 하고, 붓 터치를 한 것 같기도 한데,
조금씩 변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낙서는 아닌 것 같다.
* 구름을 나타내는 예쁜 우리말들 / 이대성(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
출처: 〈나라경제〉 2016년 8월호
우리말에는 구름의 높이, 모양 또는 색깔에 따라 다양한 이름들이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구름을 가리키는 말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어지간히 높은 산에만 올라가도 굽어볼 수 있을 만큼 낮게 떠 있는 구름을 ‘밑턱구름’이라고 합니다. 그 반대는 ‘위턱구름’입니다. 밑턱구름 중에서도 비가 올 때의 산간 지대나 이른 아침의 평야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안개구름’입니다.
밑턱구름보다는 높은 곳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은 솜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 ‘솜구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산봉우리구름’, ‘더미구름’도 뭉게구름의 다른 이름입니다. 뭉게구름보다 더 높은 곳에서는 동글동글하게 덩어리진 ‘양떼구름’이 만들어집니다. 이보다 더 높은 곳에서는 희고 작은 덩어리로 촘촘히 흩어진 구름이 나타나는데, 이를 가리켜 ‘조개구름’ 또는 ‘비늘구름’이라고 합니다.
허공을 정확히 정육각형으로 조각조각 가르고 있는 창살 너머 잔잔히 깔린 비늘구름에 노을빛이 묻어 불그레하게 빛나고 있다. ㅡ오정희 「불의 강」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있는 ‘조각구름’의 낱낱은 ‘쪽구름’이라고 하는데, 쪽구름 중에서도 작은 꽃송이나 솜뭉치처럼 생긴 구름은 ‘송이구름’입니다. 조개구름보다 더 위쪽에는 ‘비단구름’이 있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깃털 같아 ‘새털구름’이라고도 하고, 옷감을 둘둘 말아 놓은 것 같기도 해서 ‘두루마리구름’이라고도 하지요.
가장 높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구름은 아주 엷고 하얀 ‘면사포구름’입니다. 해 가까이에 있어서 햇무리를 잘 일으키므로 ‘햇무리구름’이라고도 합니다. 모양이나 색깔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불리는데, ‘나비구름’은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처럼 펼쳐진 구름을 가리킵니다. 선녀가 하늘을 나는 듯한 구름은 ‘선녀구름’이라 하고, 얇은 구름에 둥근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구름은 ‘벌집구름’이라고 합니다. 띠처럼 기다랗게 떠 있는 ‘띠구름’ 중에서 실오리같이 가늘게 퍼진 구름은 ‘실구름’ 또는 ‘오리구름’이라고 합니다. 모양이 길쭉하면서 빛깔이 유독 검은 구름은 ‘장어구름’이라고 한답니다.
‘비구름’은 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 ‘물구름’이라고도 하고, 그 색이 먹빛과 같다 하여 ‘먹구름’ 또는 ‘먹장구름’으로도 불립니다. 특히 비를 머금은 검은 조각구름은 ‘매지구름’이라 하고, 산봉우리의 꼭대기 부근에 갓처럼 둘러져 있는 비구름은 ‘삿갓구름’이라고 합니다. 이런 구름이 하늘에 있다면 얼마 안 있어 비가 쏟아질 테니 대비를 해야겠지요. ‘흘레구름’은 비를 내리려고 엉기기 시작하는 구름을 뜻합니다.
하늘에는 검은 매지구름이 자꾸만 모여들고, 별안간 마파람까지 일어나서 날씨가 또 수상해졌다. ㅡ김정한 「항진기」
구름을 이루는 물방울이나 얼음에 닿은 햇빛이 굴절되면서 여러 가지 빛깔로 물든 것처럼 보이는 구름도 있는데, 그 색이 곱고 아름다워 ‘꽃구름’이라고 부릅니다. 또는 여러 가지 빛이 있다 하여 ‘오색구름’이라고도 하고, ‘무지개구름’이라고도 합니다. 붉은 노을에 물든 ‘놀구름’은 작품 사진이나 시어로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서천을 물들였던 놀구름도 사라지고
이제 황혼이 자욱 기어드는 자리에
다박머리 아기 하나 울고 울고 섰나니
ㅡ유치환 「황혼에서」 중에서
참고로, 구름과 관련된 전문용어는 한자어가 주로 쓰이는데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안개구름 → 층운(層雲) / 밑턱구름 → 하층운(下層雲) / 위턱구름 → 상층운(上層雲) / 뭉게구름 → 적운(積雲) / 양떼구름 → 고적운(高積雲) / 조개구름 → 권적운(卷積雲) / 조각구름 → 편운(片雲) / 오색구름 → 오운(五雲) / 비구름 → 난운(亂雲) / 두루마리구름 → 권운(卷雲) / 햇무리구름 → 권층운(卷層雲)
여러분은 어떤 말이 더 맘에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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