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에게 와인을 바쳐라

2022. 11. 21. 10:25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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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이사를 끝낸 '인산'이 친구 부부를 초대해 들턱을 냈다. '준형'은 모친 기제사 날이어서 부득이 참석 못했다. 인산이 식사하기 전, 먼저 속을 데우자며 '대진'이 들고 온 단감명작[창녕 단감와인 이름]으로 한잔하자고 제의했다. 내가 잔과 종이컵에 와인을 따라 앞앞이 건네려는 순간, '의호'가 소리쳤다.
"잠깐만, 이런 날은 자주 있는 거 아니다. 밤새 생각한 이벤트 하나인데 각자 와인잔을 마님께 바쳐라."

돌연히 나온 의견에 어안이 벙벙했다. 눈치를 은근히 살피다 인산이 먼저 잔을 들고 "그동안 수고했습니다."라면서 공손히 두 손으로 아내에게 잔을 바쳤다. ㅇ 여사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잔을 받았다. 마나님들이 좋다고 손뼉 치며 넌지시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의호는 물론 대진도, 난도 정중히 잔을 바쳤다. 마나님들 얼굴이 환해지며 모두 박장대소했다. 여덟 사람이 와인잔을 들고 건배했다. 대진이 소리 높여 "즐겁게 삽시다." 선창했다.

나는 상상했다. 잔을 바치는 이유는 찌지고 볶아도 서로 옆에 있어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라고. 아무튼 보이스 피싱 닮은 와인 피싱에 속임 당한 듯싶어도, 기억에 남는 맛있는 오찬이 되었다. 단풍이 곱다지만 나뭇잎이고 결국은 떨어진다. 그때까지 서로서로에게 단풍이 되어주며 남은 인생, 우리 잘 살아 가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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