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6. 07:44ㆍ입맛

골목을 사이에 두고 묵 집과 추어탕집이 있었다. 친구가 추어탕을 먹자고 했다. 하얀색 간판 <청밭추어탕>이 눈길을 더 끌었다. 젊은 여성이 상냥하게 맞아주었다. 홀이 넓지 않았지만, 마치 새집처럼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졌다. 안쪽 벽에 '청밭추어탕 사용법' 메뉴판이 유머러스하고 재밌다. 북한 빼고 택배 전국 가능 글귀가 압권이었다.

여사장님이 차려온 한상이 깔끔했다. 반찬 그릇과 추어탕 뚝배기 크기가 대비됐다. 정갈한 찬은 풋고추와 생오징어 젓갈 깍두기, 튀김 두 개, 그라인드로 후추를 쳐주면서 고추와 마늘 양념을 꼭 넣으라고 맛 설명을 보탰다. '청밭'이 어디냐고 물으니 예쁘게 작명한 이름이라고만 답했다. 추어탕은 군더더기 없이 맑고 시원했다. 정통 경상도식 같았다. 남도식은 진하고 구수하며, 약간 걸쭉하게 끓이는 편이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먹으니, 뚝배기가 스님의 발우처럼 깨끗했다. 깍두기 맛은 어머니가 담이 준 맛 같았다. 먹는 중간에 사장님이 빈 종지를 보고 새것으로 바꿔주면서 자기가 담았다고 강조했다. 젊은이 손맛이 할머니 뺨친다. 맛보기용 튀김도 아삭하고 고소했다. 다 먹고 나니 매실차도 갖다주었다. 손님이 세 팀밖에 없었던 이른 점심시간이긴 했지만, 싹싹하고 친절한 서비스가 여간 아니었다. <청밭추어탕>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요일에도 영업한다. 비 올 때 우산을 빌려준다는 메모가 보였다. 주차는 주변 도로에 눈치껏 하면 된다. 식당을 나와 유리창에 써 붙은 글귀를 보고 청밭이란 '청도의 미꾸라지 양어장' 별칭이 아닐지 혼자 짐작했다.

추어탕은 한국의 전통적인 보양 음식이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해 기력 보충에 좋다. 통통한 미꾸라지를 삶아 뼈째 갈아서 시래기와 함께 끓여 마늘, 고추, 후추 등 양념을 넣어 깊은 맛을 내는 정성이 담긴 음식이다. 몇 해 전 집사람이 이석증 후유증으로 어지럼을 자주 느껴 미꾸라지 호박 엑기스를 만들어 복용해 효과를 봤다. 요즘 늘그막에 힘쓰는 알바를 하고 있어 추어탕 한 그릇에 속이 개운하고 힘이 불끈 솟는 것 같다. (202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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