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 사명암

2025. 3. 18. 11:29여행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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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암 편액


백수는 시간을 보내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방랑 나들이가 잦다. 자유롭긴 한데 한편으로 서글픈 감이 없지 않다. 같은 나들이라도 목표를 정해 다니면 심신이 조금 가벼워진다. 오늘은 사명대사(1544~1610)와 관련 있는 세 곳(통도사 사명암 > 표충비각 > 사명대사 생가터)을 정해, 이른 봄바람을 맞고 왔다. 살랑이는 춘풍 따라 몇 곳을 더 들렀지만 기분 좋은 덤이었다.

왼쪽 정자 월명정, 가운데는 극락보전, 오른쪽 정자 일승대.


통도사 산문을 통과하려면 주차비가 4,000원이다. 좀 비싸다는 기분이 든다. 서운암에 먼저 들렀다가 사명암(泗溟庵)*으로 갔다. 사명암은 사명대사가 이곳에 모옥을 짓고 수도했다. 그런 인연으로 이기, 신백 두 스님이 1573년(선조 6) 암자를 처음 지을 때, 대사의 자취를 흠모해 작명한 명칭이라고 한다. 주차장에서 보니 빼어난 전각들이 한일자로 펼쳐 놓은 듯 한눈에 들어왔다. 좌우 균형을 이루어 풍경이 운치 있다. 다가가니 보이지 않던 연못이 보였다. 정자가 수면에 반영돼 그윽한 미를 자아낸다. 전각마다 걸린 편액과 주련들이 하나 같이 고상했다. 마치 서예 작품을 전시해 놓은 것 같다. 스님들이 상주하는 곳은 들어갈 수 없어 먼발치에서 바라봤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절간이 고요했다. 절을 나서기 전 월명정 정자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며 햇볕을 즐겼다. 따뜻한 기운이 올라 영양제 처방받는 것 같다. 보온병에 찻물이라도 담아왔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목련이 곧 꽃 피울 것 같다.


햇살을 머금은 목련이 앞다투어 솜털 얼굴을 내밀었다. 곧 나무 연꽃이 피어나면 사랑으로 넘쳐날 것 같다. 단풍나무도 많아 시절에 맞추어 뭇 중생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사명암은 지극히 아름다운 곳이었다. (2025.3.14.)

주차장에서 바라본 사명암.


* 사명암 설명(통도사 홈페이지)
서운암에서 서쪽으로 약 4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암자로 사명대사가 이곳에 토굴을 짓고 수도하면서 통도사의 금강계단을 수호한 곳으로 전해진다. 선조 6년(1573)에 사명대사를 존경한 이기, 신백 두 스님이 암자를 지었다고 전한다. 사명암은 아미타 부처님을 모신 극락보전과 칠성전, 해탈문 등과 함께 연못과 어우러진 일승대가 한껏 운치를 더하고 있다. 사명암 감로탱을 비롯하여 1917년 조성된 석가모니 후불탱과 1918년 조성된 신중탱이 성보박물관에 이운되어 보관 중이다. 또한 사명암은 통도사, 수덕사, 화엄사, 안압지, 분황사, 불국사 등 전국 주요 사찰과 경복궁 향원정, 우정국 진열실, 남한산성 등 우리나라 주요 건물의 단청을 담당하였던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혜각스님이 주석하던 곳으로 현재 성보박물관에는 혜각스님이 소장하고 있던 많은 서화류가 기증 보관 중이다.


사명암 입구. 왼쪽 정자는 탐방객이 쉴 수 있는 월명정이다. 무작정(無作停)이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스님의 전용 공간인 일승대 정자.
극락보전의 현판과 주련은 월하스님의 글씨.
영각에는 사명대사와 혜각스님을 모셔 놓았다.
스님의 수행 공간인 듯...
담 밖에서 보니 현판과 주련이 빼곡했다.
햇빛을 받은 오층 석탑이 백탑 같다.
탐방객이 쉴 수 있는 정자 월명정. 또 다른 이름 무작정은 자유롭게 살려면 일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라고 한다. 정자 안에 걸린 성심각 현판은 퇴경 권상로(1879~1965)가 썼다. 문경 대승사 주지, 불교사상사 사장, 동국대 초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왼쪽 노란색은 대나무 숲. 줄기와 잎이 황금색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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