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와 구름
2023. 4. 5. 13:35ㆍ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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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간밤부터 단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은 식목일, 나무 심던 옛일들이 생각난다. 이제는 전 국토가 숲이 우거져 대규모 식목 행사는 없어졌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시대인가. 하지만 매년 실화(失火)로 잃어버리는 산림자원도 헤아릴 수 없다. 올해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며칠 동안 온 나라를 긴장시켰다. 45곳 모두 방심과 부주의가 초래한 인재(人災)이리라. 우선, 수천 명의 진화 활동에도 아랑곳없던 불길이 단 한 번의 비로 모두 꺼졌다니, 제일 기쁘다. 산에 들어가 부감할 때 물이 가득 찬 저수지가 보이면 왠지 마음이 풍성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이번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전국의 저수지가 모두 만수 되길 학수고대한다.
2.
우산을 들고 옥상에 섰다. 회색 구름이 하늘을 가렸다. 청룡산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구름이 일어났다 스러지는 조화가 알고 보면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 오늘 같은 날은 서산대사의 임종게(臨終偈)를 읊어 본다.
생종하처래 生從何處來 인생은 어디로부터 오며
사향하처거 死向何處去 죽음은 어디로 가는가
생야일편부운기 生也一片浮雲起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사야일편부운멸 死也一片浮雲滅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부운자체본무실 浮雲自體本無實 구름이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생사거래역여연 生死去來亦如然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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