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굴을 다녀오다

2022. 10. 30. 20:44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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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애도합니다. >


새벽에 집을 나섰다. 비가 와 있었다. 하늘도 어젯밤 발생한 핼러윈 참사를 애도하나 싶었다. 수성IC 부근에서 M 부부 차를 타고 죽림굴로 향했다. 가는 동안에 잠시 비가 훑고 지나갔다. 영남알프스에 진입하니 한국 사슴농장부터 갓길주차가 길게 이어졌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차가 주차해 놀라웠다. 우리가 주차할 곳은 다행히 비어있었다. 주차한 후 길 건너 도로를 따라 산으로 들어갔다. 새벽에 온 비가 그쳤지만, 수목이 젖고 대지가 촉촉했다. 하늘은 비를 더 품고 있는 듯 잔뜩 흐렸다. 약간 산득해 걷기에는 좋았다.

오늘은 성지순례[누계 117/167]하고 산행도 하였다. 가을이 물든 산은 신비스러울 만큼 아름다웠다. 간월재 서쪽 왕방골 협곡 사이에 있는 죽림굴(대재 공소)은 박해 시대 공소로 유서 깊은 곳이다. 100여 명의 신자가 은신했던 좁은 굴은 매우 깜깜했다. 암흑 속에서도 믿음의 불빛 하나로 버텨냈을 신자들을 생각하니 전율이 일었다. 동굴보다 더 깊고 넓었을 신심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죽림굴을 나와 간월재로 향했다. 안개가 점점 짙어져 시야를 가두었다. 안개 속이지만 산 아래에서 보면 그저 구름이다. 신선 된 기분으로 간월재에 섰다. 십만 평 억새밭 장관은 볼 수 없음에도 사위를 둘러봤다. 바람에 꺾이지 않는 억새 하나하나가 마치 신심 깊은 신자들 같았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단풍이 더 아름다웠다. 마음이 그윽해진다.


▲ 죽림굴 가는 길= 내비로 이천리 산 76-1을 맞추어 가면 주차 가능하다. 주차비 만 원. 길 건너 맞은편 죽림길 표지판이 있는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완만한 오르막이 죽림굴까지 이어진다. 처음 나오는 삼거리는 차단기가 있는 길로 직진하고 그 이후부터 삼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간다. 죽림굴까지 보통 걸음으로 1시간 20분 소요. 죽림굴에서 25분 정도 더 가면 간월재. 주차장에서 왕복 거리는 9.9km. 시멘트 포장 임도여서 빨리 걸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죽림굴을 자세히 보려면 랜턴이 유용하다.




램블러 측정 거리는 왕복 9.9km
부근에는 빈터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곳이 많았다.
주차장 건너편 시멘트 포장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보통 걸음으로 80분 소요
죽림굴 입구
십자가 왼쪽 돌계단을 올라가면 넓은 공간이다. 빛이 들지 않아 매우 어둡다.
죽림굴(넓은 공간)에서 바라본 외부.
간월재
표지석과 돌탑
정상에서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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