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커피 에피소드

그러려니하며살자 2022. 12. 2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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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호회 모임을 한 후 뒤풀이로 '남산 제빵소'에서 커피를 마셨다. 늦은 시간에 마셔선지 꼬박 밤을 새운다. 새벽에 월드컵 결승전을 보느라 거의 잠을 설쳤는데도 한숨도 못 자고 전전반측한다. 이제 체질도 변하는 모양이다. 잠이 오지 않으니 멀뚱멀뚱 천정만 바라보다가 커피에 대한 과거 에피소드를 적어본다.

1.
1994년 미국 LA에서다. 저녁 식사를 하려고 레스토랑에 갔다. 그곳 테이블에는 물잔 대신 큰 잔에 커피가 가득 따라졌다. 식사 메뉴가 무엇인지 기억이 뚜렷하지 않지만, 음식이 무척 짰다. 물이 없으니 커피를 마셨다. 그럴 때마다 웨이트리스가 다가와 친절히 '커피 더 줄까요' 물었다. 나도 모르게 '땡큐'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영어를 할 줄 몰라, '노 땡큐'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짠 식사를 하면서 커피를 세 번이나 마신 결과, 호텔로 돌아와서 결가부좌를 틀고 밤을 꼬박 지새웠다. 다음날 관광은 잠광이 되고 말았다.

2.
2012년 이탈리아 카프리섬에서다. 나폴리행 배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호프집에 갔다. 일행들이 맥주를 마시는 동안 여성인 현지 가이드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해 놓고 마시지는 않았다. 호프집에서 나갈 때 그녀는 에스프레소 잔을 들어 단숨에 입안으로 털어 넣고 일어섰다. 그때의 우아한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나에게 각인 되었다. 귀국해 커피숍에서 그녀를 따라 해봤다. 목이 턱 막히고 바로 기침이 나오면서 고통이 따랐다. 망신살이 뻗쳤으나 이제는 즐기는 편이다.

3.
1968년 학창 시절 봉정 금호강 강가로 친구와 캠핑하러 갔다. 솥밥을 지어 먹은 후 커피를 끓였다. 기막힌 맛에 한솥을 다 마시고 포만감에 잠이 들었다. 지금은 커피 한 잔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데, 그때는 카페인이 청춘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처음 마신 커피는 향긋하고 감미로웠다.

커피숍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친구를 기다리다 무료해 빨대를 휘휘 젓는다. 얼음과 커피가 빙빙 돌면서 까마득한 과거로 나를 데려간다. 1968년 초여름. 절친 네 명이 봉정 금호강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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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선생님들 / 남산 제빵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