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을 찾아가는 시대
점심 먹으러 화양읍에 갔다. 작은 읍이지만 꽤 알려진 피자 맛집이 거기 있다. 번호표를 받으니 삼십여 분은 기다려야 될 것 같아 인근 '청도읍성'을 다녀왔다.
읍성은 고려 때 흙과 자갈을 섞어 쌓았다. 산성과 평지성의 중간쯤이었다. 조선 선조 23년(1590)에 돌로 다시 축성했다. 높이 1.7m, 길이 1,880m에 이르렀으나 일제강점기 때 철거정책으로 대부분 헐렸다. 지금은 성벽 일부와 바닥이 남아 있다.
그곳에 보물이 하나 있다. 조선 시대 만든 석빙고다. 현존하는 석빙고가 봉분이 덮여 있는데, 청도 석빙고는 봉분 흙이 남아 있지 않아 널따란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여 이채로웠다. 지금부터 300여 년 전, 겨울에 강에서 떠 온 얼음을 재워 여름까지 사용한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다. 어느 시대든지 영재들의 아이디어는 역사에 길이 남는다.
읍성에 나들이 가족과 탐방객이 많이 보였다. 도로 양쪽에 수많은 차가 일렬로 주차되어 있었다. 인근에 전통 한옥 찻집(꽃자리)과 피자 맛집(화덕촌)까지 있으니 작은 읍이지만 사람들로 붐빈다. 나들이 3요소(자가용,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덕분에 타깃을 스스로 찾아다니는 시대임이 실감 났다. 이곳까지 밥 먹으러 온 우리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띠 띠 띠 음향에 휴대폰을 켜니 집사람한테서 식당에 입장할 순서가 되었다며 빨리 오라는 연락이다. 1994년 미국에서 피자를 점심 도시락으로 처음 접했다. 그때는 입에 맞지 않아 먹은 척하며 버렸다. 입맛도 길들이기 나름일까. 지금은 없어 못 먹고, 안 줘서 못 먹는 신세대가 되어 있다. (2022.10.23. with: 인산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