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DAY | 뿌엔떼 라 레이나 > 에스떼야
2019.3.25.(월), 맑음.
22.1km(122.7km) / 6시간 12분
알베르게를 출발해 일직선 골목 도로를 따라 곧장 직진하면 ‘뿌엔떼 라 레이나(왕비의 다리)’가 나온다. 다리 이름과 마을 이름이 똑같다. 유럽에서는 이런 식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왕비의 다리는 6개의 교각으로 만들어졌고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11세기에는 아르가Arga 강을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뱃사공들이 강을 건너는 순례자에게 요금을 많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나바라 왕국의 산초 대왕 부인 ‘도냐 마요르Dona Mayor’는 다리를 만드는 데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다리의 처음 이름은 아르가강 다리였으나 ‘왕비의 다리Puente(다리) la Reina(왕비)’로 이름을 바꾸었다. 우리도 순례자이니만큼 1000년 전 왕비의 혜택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오늘 카미노는 은근히 오르막만 내놓았다. 사실 카미노에서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느낌이 조금 다를 뿐, 하루하루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걷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카미노를 걸은 지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눈에 익은 사람이 많다. 대부분 걷는 속도가 비슷하고 같은 알베르게에 투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숙소에서 외국인을 대하면 카미노에서와 같이 ‘올라Hola’ 정도만 인사하고 부엌이나 화장실, 샤워실, 세탁기 등을 사용할 때는 눈치를 보고 먼저 하거나 양보한다. 언어가 서로 달라 어쩔 수 없었다.
알베르게에서 저녁을 먹은 후 여러 명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와인을 마시며 서로의 여담을 풀고 들어주었다. 한국 젊은이들은 영어가 익숙해 외국인과 대화를 잘 나누었다. 그럴 때는 괜히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우리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아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대화 중에 한국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고, 김○주가 코리아를 대표하는 민요는 ‘아리랑Arirang’이라고 소개했다. 가락이 궁금했든지 외국인들이 듣기를 원했다. 일행 중 손명락이 하모니카를 가지고 왔다. 평소 갈고닦은 솜씨로 아리랑을 멋지게 연주했다. 낯선 땅에서 아리랑을 들으니, 우리도 가슴이 뭉클했다. 이방인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멜로디가 좋다면서 다시 듣기를 원했다. 손명락은 몇 번 더 불었다. 음악을 사이에 두고 모두 하나가 되었다. 아리랑은 언어의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마음의 길을 터 주었다. 깊어지는 밤, 구성진 음률은 별똥별처럼 모두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아리랑이 각별하게 조명되는 봄밤이었다.
■ 비야뚜에르따, 성모 승천 성당Iglesia de La Asuncion
■ 비야뚜에르따, 산 미겔 소성당 Ermita de San Miguel
■ 에스떼야, 성묘 성당 Iglesia del Santo Sepulc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