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배사...
각종 모임을 앞둔 연말이다. 참석하려니 건배사 하나와 대중가요 한 곡쯤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노래가 음치 박치라 여간 고민되지 않을 수 없고 건배사도 신선한 것을 만들기 쉽지 않아 난처하다. 건배는 두 사람이라 할지라도 으레 잔을 부딪친다. 공식적 행사나 여러 사람이 모인 연회는 당연히 격이 따라야 품위가 있다.
30년 전 Y*가 대구를 방문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모 총장이 격조 높은 건배사를 준비했다. 낭독하려는 순간, BH 측에서 일정이 바쁘다면서 짧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짧게 했다. 단 한마디로 '건배'하고 외쳤다. 예상 밖 파격적인 건배사에 일순간 분위기가 머쓱했지만, 좌중의 신속한 화답으로 웃으며 마무리됐다. 재밌고 품위 있게 격을 맞추어 잘하기는 어렵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원로 선생님이 '위하여'로 삼행시 건배사를 했다. "(위)기가 와서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아도 (여)자 회원이 많이 참석하면 우리 ○○회는 산다"였다. 시류에 맞추어 위트가 넘치는 건배사로 모두를 즐겁게 만들었다.
동료 모임에서 건배사를 하는 친구가 "제가 건배사를 하면, 와ㅡ 하고 화답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큰소리로 딱 한 마디 외쳤다.
"돌격~"
우리는 모두 "와아ㅡ" 함성을 질렀다.
찰나였지만, 모두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순신 장군 건배사라나 뭐라나…. 암튼 즐겁고 재밌었다.
동창회 모임이 곧 도래하기에 티스토리에서 건배사를 찾아봤다. 누군가 잘 정리해 두었기에 참고하려고 펐다. 감사 신고를 하려니 댓글 허용이 되지 않아 좋아요만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