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회장님 제 술 한 잔...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12. 19.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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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푸른 빛이 나던 청춘일 때부터 직장 생활을 했다. 그 세월에 여러 차례 자리를 옮겼다. 그때마다 인수인계하면 시원섭섭함이 교차했다. 골치 아픈 업무에서 벗어난다는 시원함과 실행하지 못한 계획에 아쉬움이 느껴졌던 기억이 남아있다.

며칠 전 동호회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 년 동안 솔선해 왔던 현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고 새 집행부가 시작되는 날이다.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수고한 집행부에 찬사를, 새 집행부에는 환영의 손뼉을 쳤다. 임기 동안 치사 받을 뚜렷한 성과를 이루어 총회는 축제처럼 즐겁게 진행됐다. 잠시 잠깐이나마 회장님 밝은 표정도 상기했다. 이날에도 그동안 노심초사하며 봉사한 회장님이 테이블마다 수육 한 접시를 찬조했다. 후련하다는 뜻일까, 아쉽다는 의미일까. 그래서 국어사전에는 여러 고민하지 말라고 '시원섭섭'을 하나의 단어로 묶어 놓았나 보다. 그동안 나는 보좌한답시고 술과 밥을 얻어먹기만 했고 회장님은 아주 주기만 했다. 동호회에서 주는 -의미는 있으나 요즘 시대는 짐이 될 수도 있는- 기념패 하나 달랑 받으시고 임기를 마친 우리 회장님, 컨디션 얼른 회복되시어 제 술 한 잔 받으십시오.


회장님은 임기 마치는 날까지 주머니가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