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시등회 12월 산행...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12. 13. 00:50
728x90

시등회 연말 산행은 회원들이 모두 참석해 밥을 같이 먹으려고 날짜까지 바꾸어 잡았다. 그런데도 아침에 세 명이 빠졌다. 부득이한 사유는 사고처럼 늘 존재한다. 체육공원인 <천을산(天乙山, 130m)>을 한 바퀴 돌았다. 갈잎이 어석대는 산길을 밟아 가볍게 정상에 섰다. 수성구청에서 매년 해맞이 행사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메마른 단풍잎이 고운 자태를 아직 뽐내고, 북쪽으로 팔공산 주릉이 동서로 길게 누워 아스라이 공제선을 이루었다. 고산이 장벽처럼 섰다. 도시가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 팔공산 뒤쪽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됐다. 명실공히 고산을 넘었으니, 산이 막은 것이 아니다. 이런 허황한 상념도 혼자 생각일 뿐이다.


천을산 안내도
정상에서 본 팔공산 주 능선
단풍이 메말라도 곱다.
세 명 불참, 찍사 안 보임, ㅎ
천을산은 동네 산. 운동 코스로 멋진 곳.



삼삼오오 떨어져 산에서 내려와 <안동 식당>에 집합해 홍탁삼합을 반주로, 맛이 깔끔하고 개운한 잔치국수로 배를 불렸다. 쏜살같이 지나간 한해의 언저리 모임이기에 다들 살짝 흥분감이 드는 모양이다. 빈 막걸리 통이 자꾸 늘어났다. 자리를 파할 때, 문화유산에 식견이 높은 회장님이 2km 정도 떨어진 인근에 고인돌이 있다면서 소화 시킬 겸 둘러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안동 식당
구천지



욱수천을 건너고 구천지를 가로질러 지인 텃밭 인근의 시지 2차 사월 보성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시커먼 바위 네 덩어리가 눈에 들어왔다. 대구시 기념물로 지정된 <사월동 지석묘군>이었다. 지석묘는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 무덤으로 고인돌이라고도 부른다. 비록 무덤이지만, 청동기 시대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을 명징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부터 칠성바위라 불러 원래는 7개였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전한다. 한반도의 청동기 시대는 기원전 2,000~1,500년 경이다. 적어도 삼천오백 년 전의 누군가가 눈앞에 묻혀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 당시 실력자의 무덤이었던 지석묘나 왕릉을 보면 무상함을 느낀다. '고인돌'은 우스갯소리로 옛날 사람을 뜻하는 고인(古人)이나 죽은 사람의 호칭인 고인(故人)이라고 익살을 피지만, '괴여 있는 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사월 보성 아파트 단지 안에 위치.



연말 산행은 초로의 회원들이 모두 만족하는 일거삼득(一擧三得) 행사로 치러졌다. 첫째는 산을 올랐고, 둘째는 단골집 매상도 올려주었다. 셋째, 향토의 문화유산까지 탐방했으니, 돌 하나를 던져 세 마리 새를 잡는 일석삼조(一石三鳥) 효과이기도 하다. 100점 만점에 가산점까지 합쳐 120점이렷다.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신 회장님, 총장님, 회원님들 만세무강 하시고,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4.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