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상서장을 나와 인근 산속에 있는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을 보러 갔다. 남천 강변도로를 따라 1.3km 정도 가니 대숲 공터가 나왔다. 어프로치 지점이다. 눈길을 끄는 허름한 직사각형 건물은 화장실이었다. -금오봉 4.6km, 불곡 마애여래좌상 0.4km- 안내 푯말 아래 차량이 몇 대 주차돼 있었다.
외줄기 등산로를 따라 산속으로 들어갔다. 좁은 산길 초입은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고 울퉁불퉁한 바위로 걷기 조심스러웠다. 하산객을 조우하면 인사를 나누면서 계곡을 올랐다. 스산한 숲 정취가 깊은 산속임을 느끼게 할 즈음, 무성한 대숲 길이 나타났다. 간간이 오죽도 섞여 있었다. 산죽 사이로 덱 계단이 나타났다. 하나둘 세면서 올라가니 53번째 계단, 오른쪽으로 훤한 공간이 트였다. 산기슭의 작은 바위군 가운데 석불 하나가 빛났다.
경주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보물; 옛 명칭 경주남산불곡석불좌상]*은 산 중턱 화강암에 1m 정도 깊이로 석굴을 파고 불상을 조성했다. 그 옛날 석공은 별다른 장비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 단단한 돌을 파내고 불상을 새겼을까? 몇 년 몇 날을 매달렸을까? 불굴의 신심을 상상하니 전율과도 같은 감동을 하게 했다. 석불의 첫인상은 소박하고 다소곳하여 정겨웠다. 어릴 적 외할머니를 뵙는 것 같아 어리광을 부리면 너그럽게 다 받아 줄 것만 같았다. 불상의 근엄함을 느낄 수 없는 친근한 모습이었다. 한참 머물다가 돌아설 때 용기를 내어 석불의 커다란 발바닥을 쓰다듬었다. (2024.12.3.)
* 경주 남산 불곡 마애여래좌상 : 불상의 머리는 두건을 귀 부분까지 덮고 있다. 얼굴은 둥그렇고 약간 숙여져 있으며, 부은 듯한 눈과 깊게 파인 입가에는 내면의 미소가 번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자세가 아름답고 여성적이다. 양어깨에 걸쳐 입은 옷은 아래로 길게 흘러내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臺座)까지 덮고 있는데, 옷자락이 물결무늬처럼 부드럽게 조각되어 전체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경주 남산에 남아있는 석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삼국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이 불상으로 인해 계곡 이름을 부처 골짜기(불곡)라고 부르게 되었다. (국가유산청 문화유산 해설에서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