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나물밥 집에서
쌀쌀하던 날씨가 예년 기온을 되찾았다. 연한 파란색 하늘에 흰띠 구름이 아름답게 보이는 주말 낮이다. 밥때가 돼 무엇을 먹을까 생각하다가 <봉화 나물밥> 집으로 갔다. 주차장이 만차 수준이었다. 인근에 두리마루 숲길(둘레길) 나들목이 있어 식당 앞에 무료 공용주차장이 조성됐는데도 도롯가에 차들이 즐비했다.
봉화 나뮬밥은 주택의 방을 터서 만든 식당이다. 홀이 개방한 듯 가려지는 부분이 있어 프라이버시에 은근히 좋다. 그런 자리는 누구나 빨리 차지한다. 홀 가운데 앉아도 맛있게 식사하느라 눈길을 의식할 여유가 사실 없다.
기본 메뉴는 나물밥(10,000원) 한 가지뿐이고 추가 메뉴로 더덕과 황태구이(각 15,000원)가 있다. 식성에 따라 두 명은 그렇고 셋 이상이면 곁들이로 먹을만하다. 나물밥만 주문했다. 먼저 밑반찬 일곱 가지와 양념간장이 나오고, 이어서 시래기 된장이 뚝배기로 나왔다. 정갈한 반찬을 살짝 맛보거나 눈으로 살피는 동안 나물밥이 나왔다. 대접 한가운데 모래성처럼 볼록하게 예쁘게 담겨져 있다.
맛 좋은 국내산 백미와 잘게 썬 산나물이 잘 버무려졌다. 밥알은 들기름에 코팅한 듯 숟가락을 대면 모래성 무너지듯 대접에 퍼졌다. 일단 양념간장을 넣고 밥을 비볐다. 미끄러지듯 비벼졌다. 한술 떠먹으니 심심한 맛이다. 시래기 된장과 잘 어울렸다. 비빔밥 위에 멸치, 버섯 장아찌, 도라지, 열무김치 등 밑반찬을 조금씩 따로 얹어 먹으니 별미였다. 달큰하기도 하고, 간간하기도 하고, 어석하기도 하다. 밑반찬 국물도 한맛을 했다.
경험한 바로는 휴일에 식당 뒷산 둘레길을 친구들과 한 바퀴 돌고 <봉화 나물밥>을 먹으면 더욱 유쾌할 것이다. (202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