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자연산 매운탕
내당네거리 한자리에서 수십 년간 매운탕 장사를 하는 <금강 자연산 매운탕> 집에 갔다. 워낙 오랜만에 갔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신발 벗고 들어간 방이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가고, 헌 좌식 테이블이 새 입식으로 바뀌었다. 허술했던 시설이 한결 깔끔해졌다. 예전 그대로인 벽에 붙은 거북이 박제와 사장님 낚시 사진이 오래된 내력을 말없이 알려주는 듯했다.
식사 메뉴는 매운탕은 쏘가리, 잡어, 메기가 있었다. 잡어 아래 여백에 꺽지, 빠가사리, 뿌구리, 모래무지, 마자가 조그만 글씨로 쓰여 있었다. 잡어 종류를 적은 것이지만, 정겨운 우리말이 어릴 때 냇가에서 발을 둥둥 걷고, 모래무지를 잡아 고무신에 넣고 놀던 때가 떠올랐다. 꺽지라도 잡으면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 성인이 되고부터는 접하기 어려운 이름들이었다. 심한 공복감에 곱고 예쁜 이름을 잠시 잊고 잡어 매운탕 3인분을 주문했다.
뚝배기가 넘칠 듯 부글부글 끓는 잡어 매운탕이 나왔다. 대파, 미나리, 채소들이 푹 익어 보기에도 야들야들했다. 국물의 은은한 붉은 색깔과 야채의 푸른 조화가 먹음직스러워 얼른 국을 한 국자씩 떠서 앞 그릇에 나누어 담았다. 국물이 잡내 없이 구수하고 시원했다. 걸쭉한 매운탕이 아니었다. 담백했다. 수십 년 동안 한 자리에서 영업하는 비결은 다름 아닌 차별화된 맛이었다. 구수하고 시원하고 깔끔한 그 맛에, 친구끼리라도 "정말 맛있네"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쏘가리는 얼마나 더 맛있을지 궁금하다. 가격이 높은 만큼 큰맘 먹고 다시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