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국수 사랑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11. 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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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회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 백석, <국수> 중에서 -

지인에게 마른국수 4kg을 얻었다. 자기는 국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선물 받은 국수를 나누어 주었다. 국수를 끼니로 때우기도 하지만 출출할 때 간식거리나 별미로도 적당하다. 예전부터 면은 장수식품이라 해서 생일날과 잔칫날 즐겨 먹는다.

얻어온 국수로 집에 사 놓은 짜장 소스를 볶아 짜장 국수를 만들었다. 물에서 금방 건져낸 국수는 담백하고 시원해 좋았고, 짜장은 달달하고 감칠맛이 났다. 단무지가 없어도 어릴 때 좋아한 짜장면 맛이 떠올랐다. 평소에도 집에서 국수를 삶아 쇠고깃국이나 추어탕에 말아 먹고, 된장찌개나 다른 찌개류에도 풀어 먹는다. 김치를 볶아 섞어 먹기도 하니 국수 사랑이 어지간하다.

국수에도 매운 맛을 즐기는 한 지인이 있다. 맛에는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이 있다. 매운맛은 맛이 아닌 통각이라지만, 소비자는 맛이라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지인은 국수에 고춧가루를 듬뿍 넣으면서 맵지 않으면 "맛이 없다"라고 말한다. 먹을 때도 매운 고추를 곁들여 된장에 찍어 먹는다. 그는 통각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을 좋아했다.
국수를 다른 음식에 말거나, 비비거나, 풀거나, 섞어 먹다 보면 음식 본연의 맛과 +알파 맛을 느낀다. 한 번은 카레를 만들어 밥에 비벼 먹었다. 남은 카레에 면을 가위로 잘라 넣어 숟가락으로 떠먹었는데 뻑뻑했지만 나름대로 별미였다. 저녁에는 회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물국수를 먹었다. (20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