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추억

청도 적천사 은행나무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11. 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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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화악산 적천사 은행나무를 보러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팔백오십 살쯤 된 나무가 길손을 먼저 맞아주었다. 신라의 보조국사 지눌이 짚고 다니던 은행나무 지팡이를 꽂아 자라났다는 거목이다. 지눌이 심은 암나무 옆에 수나무가 자라나 한 쌍을 이루었다. 아름드리 거목의 반은 푸름이고 반은 노랗다. 여름내 짙은 그늘을 드리워 우리의 마음마저 식혀준 무성한 잎새들이 단풍 들고 있었다. 이미 황금빛 옷으로 갈아입은 이파리는 바람 한 번에 한 잎 두 잎 거목을 떠나 허공으로 날아갔다. 온난화 영향으로 단풍이 늦는다고 한다. 덕분에 적천사 은행나무가 옷 갈아입는 모습을 훔쳐볼 수 있었다. (2024.11.2.)


지눌이 심었다는 암나무 뒤로 수나무가 자랐다.
검정색, 초록색, 노란색의 조화
찬 기온이 엽록소를 파괴해 단풍이 든다.
나무는 기온이 떨어지면 월동 준비에 들어간다. 크산토필이 많으면 노란색, 안토시아닌이 많으면 붉은색, 카로티노이드가 많으면 주황색을 띠게 된다.
당 성분이 많을수록 단풍이 고와진다.
땅에 떨어진 열매로 고약한 냄새(부탄산)가 진동했다. 요즘은 줍는 사람이 없다.
멀리서 보면 푸른 잎새지만,
가까이서 보면 옷을 갈아 입는 중이다.
자연은 너무 신비하다.
방망이처럼 생긴 유주가 자랐는데 보이지 않는다. 입질이 많아 잘라낸 모양이다.
고생대부터 자라나 신생대에 번성했던 식물로 유일하게 현존해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무거운 열매와 지독한 냄새로 새들과 다람쥐가 멀리하고, 강한 독성으로 파리, 곤충, 벌레조차 범접하지 않는다.
새와 동물이 깃들지 않고 병충해가 없으니, 자생이 어려운 팔자를 가졌다.
사천왕 전각에서 바라본 은행나무
사천왕들은 눈은 호강하고 코는 고생이겠다. 하나가 넘치면 하나가 모자란 이유가 세상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