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추억

간송 미술관 두 번째 관람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11. 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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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강타한 태풍 콩레이(캄보디아 산 이름) 영향인지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점심때쯤 친구의 전갈이 왔다. '날씨가 축축하니 대구탕 먹자'는 거였다. 지산동 <속시원한대구탕>에 다섯이 모였다. 궂은 날씨로 얼큰한 대구탕이 제격이었다. <차우림>으로 이동해 커피 향이 솔솔한 커피콩빵과 아메리카노로 노닥거리다가 누군가 <간송 미술관>에 가자고 했다. 仁山의 카니발로 이동했다.

비가 오니 관람자가 적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이었다. 주차장이 만차였고 외지에서 온 대절 버스가 대여섯 대 길가에 서 있었다. 주차장을 빙빙 돌다 겨우 주차하고 단풍이 곱게 물든 길을 따라 미술관 도착. 입구에 걸린 형형색색 우산이 진풍경이었다. 우산걸이가 모자라 길게 줄지어 세워지고 바닥에 놓여 한데 뒤섞이었으나 어수선해 보이진 않았다. 티켓을 발급받아 입장하니 관람자가 무척 많았다. 안내원들이 관람 질서를 유지하려고 진땀을 뺀다. 찬찬히 감상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난달 관람했을 때, 집에 돌아와 전시가 되지 않은 작품을 본 듯한 기억의 오류가 있었다. 이번에는 해설을 읽기보다 제목에 집중해 그림을 감상했다. 관람자가 몰리는 전시 작품은 대중성이 높은 작품이었다.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의 작품이 단연 눈길을 많이 끌었다. 별도로 단독 전시된 혜원의 미인도는 줄이 너무 길었다. 지난번 봤기에 이번에는 감상을 포기했다. 친구들도 보지 못했다. 전시 작품 중 훈민정음해례본 등 서책은 다른 작품에 비해 관람자의 머무는 시간이 짧았다. 관심도나 흥미가 그림에 미치지 못하였다. 도자기 전시품 중에서도 고려청자(청자상감운학문매병, 청자상감포도동자문매병)에 사람들 시선이 몰리는 이유가 대중성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됐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건성으로 보는 것이 없지 않았다. 내 안목이 부족하니 눈과 마음이 따르지 않았다. 특히 젊은 분들의 관람이 많아 고무적이었다. 문화예술 분야의 앞날이 기대됐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주변 정취를 감상하니 으스름이 깔리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에게 다시금 존경의 마음을 가진다.

비가 온다고 집 앞까지 차를 태워주는 친구들과 <만복이쭈꾸미낙지볶음>에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11월 첫날, 반백수의 즐거운 하루였다. (2024.11.1.)


정선의 여산초당 일부분. 여산은 중국 강서성 산으로 주나라 때 광속이라는 인물이 왕의 부름을 피해 오두막을 짓고 은거하다 신선이 됐다고 하여 廬山이라 불렸다. 정선의 그림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 고사를 주제로 했다. 묘사된 풍경과 인물은 조선의 정취를 재현했다.
정선의 청풍계 일부분. 인왕산 동쪽 기슭의 청풍계는 병자호란 때 순국한 김상용이 조성한 별장이다. 주변 경관이 빼어났다. 수직 절벽이 청풍대, 그 아래는 늠연사와 태고정, 오른쪽 맨 아래는 청풍지각. 1739년 정선이 64세 때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