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추억
경산 남매지를 산책하며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10. 3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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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곡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남매지도 한 바퀴 돌았다. 조선 시대 오누이의 슬픈 전설이 무색할 만큼 지금은 예쁘게 잘 가꾸어졌다. 못가의 너절했던 환경도 깨끗한 휴식 시설로 공원화한 지 오래다. 조경으로 다듬어진 수목들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가고 있고, 남매지에도 연꽃 등 수생식물이 수면 일부를 덮고 있었다. 맨발 걷기와 조깅 하는 사람들이 공원을 풍요롭게 느끼게 한다. 영남대 생활관을 끼고 있어 대학생들도 보였다.
경산으로 이사 와 첫 해, 꼬박 일 년을 새벽 남매지와 호흡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삼 년만 살고 가려다가 어느새 다섯 배나 흘렀다. 집 가까이 남매지와 남천이 있고 재래시장과 마트, 경산역, 시외버스 터미널, 고속도로 나들목 두 개, 병원, 극장 등이 몰려있어 일상생활과 여가 선용에 편리하다. 여러 종류의 맛집이 많은 것도 매력 중의 하나다. 도시는 조용하고 평온하다. 역사 문화 탐방지도 인근에 널려있다. 도시철도와 대중교통 노선이 대구와 직결돼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빈터가 개발되어 베드타운화 현상이 급속히 진행됐다. 대구 촌놈에게 "대구 아파트 팔면, 여기 사고도 남는다"라면서 한술 더 떠 "남매지가 수성못보다 둘레가 오백 미터 더 크고, 여름이면 윈드서핑도 하는 곳"이라며 유혹했다. 솔깃한 척한다. 우리는 맛을 봐야 맛을 아는 샘표 간장 세대 아닌가. (202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