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추억

경산 반곡지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10. 3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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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점심을 먹은 후 반곡지에 갔다. 드라이브 삼아 나선 길은 빗발이 흩날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로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회색 구름이 낮게 드리워 운치까지 있었다. 간간이 흩뿌린 녈비* 때문일까? 공영 주차장에 차들이 여러 대 있었지만, 사람들이 커피숍에 들어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못가에는 언제 지었는지 처음 보는 카페가 생겼다. 유리창 안의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지 않은데 불빛만 찬란하니 더욱 쓸쓸해 보였다.

반곡지는 부평초가 수면의 반을 덮었고, 어미 오리는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데 새끼들이 삼삼오오 활기차게 짝을 지어 노닌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못을 한 바퀴 돌면서 반곡지 사계를 떠올렸다. 봄에는 복사꽃이 만발했고, 여름이면 왕버들 녹음이 싱그럽고, 가을에는 -아직 아니지만- 단풍이 빼어나다. 겨울에는 물안개가 몽환적 아취를 자아내는 동시에 슬픔에 빠지게도 하니 신비하다. 사철 가장 큰 매력은 데칼코마니, 수면에 비치는 왕버들의 반영이다. 그래서인지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저수지인데도 영화 촬영지로 십수 회 활용되었고,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903년 조성된 반곡지(盤谷池)는 농업용 저수지다. 유역 면적은 79ha이지만 저수지 면적은 5ha(15,000평)에 불과하다. 150여m 못 둑에 자라난 백 년 넘은 왕버들 이십여 그루가 장관이다. 반곡지의 옛 이름은 외반지였다. 저수지 아랫마을이 외반리, 윗마을이 내반리였다. 지금은 행정구역이 통합돼 반곡리가 됐다. 반곡 이름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마을 지형이 삼성산 자락 골짜기(谷)에 소반(盤)처럼 생긴 형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신기하게 대구 촌놈 둘이 반곡지가 처음이라며 놀라워 하니 드라이브 한 보람이 있었다. (2024.10.28.)

* 녈비: 지나가는 비의 순우리말.
* 데칼코마니: 종이 위에 그림물감을 두껍게 칠하고 반으로 접거나 다른 종이를 덮어 찍어서 대칭적인 무늬를 만드는 회화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