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감나무집에서
동호회 선생님들과 <감나무 집>에서 식사했다. 식당은 토종닭, 오리, 소갈비 등에 해산물과 한약재를 넣어 요리하는 자칭 특별 보양식 전문점이다. 그래선지 유명 인사들이 다녀가면서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남겼다. 카운터 앞에 '진로 1924 헤리티지(30% Alc. / 700 mL)'라는 처음 보는 술이 진열돼 눈길을 끌었다. 병에는 '최상급 이천 쌀로 3번 증류한 99년 노하우의 깊고 깔끔한 맛'이란 글자가 선명하다. 가격을 물어보니 한정품으로 십칠만 원이었다. 주머니 형편이 빠듯해서 침만 삼키고 말았다. 동호회 선생님들과 가끔 회의하면서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해신탕을 먹었으나, 오늘 저녁에는 개인별 삼계탕을 먹었다. 삼계탕은 백태 콩을 첨가해서 이곳에서는 두계탕이라고도 불렀다. 백태는 흔히 대두로 불리는 메주콩이다. 단백질이 풍부해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한다. 백태 콩과 곡물을 듬뿍 넣었다는 두계탕은 국물이 걸쭉한 듯 진하고 구수했다. 찹쌀, 대추, 인삼 등 부재도 좋았고 닭도 컸다.
오늘, 하필이면 공교롭게 '시니어 안전 교육'을 받느라 점심을 오후 세 시 반쯤 먹었다. 선생님들은 두계탕이 맛있다며 알뜰하게 비웠는데, 점심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반이나 남겼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배부르면 넘어가지 않고, 곯은 배에는 진수성찬 아닌 것이 없다고 했다. 조물주가 인간뿐만 아니라 뭇 생명들을 모두 그렇게 만들었다. 넘치지 않아야 할 것이 비단 먹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을 것 같다. 가끔 한 번씩 나를 돌아봐야겠다. (2024.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