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오랜만에 전어 맛보다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10. 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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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동문인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얼굴이 보고 싶었고 그간의 소식도 궁금해 만났다. 회포를 나누는 데는 술만 한 것이 없다. 단골집에 가서 소주잔을 부딪치며 근황을 주고받았다. 자리를 끝내고 헤어지려다 상호가 꽤나 긴 식당 <포항 죽도 회 도매시장>에서 한 차를 더 했다. 벽에 붙은 전단을 보고 전어 소짜를 시켰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가 좋아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속담이 생길 정도로 전어는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이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데 아쉽게도 잘게 썬 회가 나와 고소한 깨 맛을 보지 못했다. 일식집에는 구이가 있으나 일반 횟집에서는 회가 주종을 이룬다. 우리가 별도로 주문하지 않은 탓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회는 불그스레한 살이 탄력 있어 씹는 맛이 구수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하듯 전어는 가을에 최고로 친다. 봄에는 산란하고 여름에는 기름기가 적어 맛이 없고, 가을에는 지방질이 가장 많아지고 잔가시가 부드러워 고소한 맛이 난다. 겨울에는 잔가시가 억세져 먹기 힘들다. 가을철 외에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

전어는 돈 錢(전) 자를 써 錢魚라고 한다. 이름값을 하느라 예로부터 비쌌다고 하지만 -70년대 중반부터 전어를 먹어온- 내 기억으로는 비싸지 않은 생선이었다. 한때는 경남 사천에서는 세숫대야 가득 오천 원에 사 달밤에 구워 먹기도 했고, 술값을 아끼느라 -양을 많이 주므로- 전어를 시켜 먹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인기가 갑자기 높아지더니 가격이 많이 올랐다. 사계절 중 한철 장사라 그런가보다 이해하면서도 잘 먹지 않게 된 지 오래다. 후배 덕분에 오랜만에 전어 맛을 봤다. (2024.10.6.)


전어 소짜(30,000원). 대구 수성구 고산로18길 13 (신매동)
안동식당 홍어와 돼지고기 소짜(4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