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강둑길 걷기
이제 우리 등산 모임은 山보다 情이다. 회원들이 고령화되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젊은 시절 등산학교를 수료한 선후배들이 모여 수십 년간 전국의 산을 두루 섭렵했다. 그때의 잊지 못할 추억들을 돌아보면 꿈결처럼 아스라하다. 요즘은 가까운 산에서 짧은 코스를 간단히 산행한 후 하산해 늦은 점심을 사 먹고 헤어진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워 단체 산행을 두 달 쉬고, 석 달 만에 만났다. 도시철도 문양역에서 집합해 '낙동식당' 셔틀버스를 타고 달성군 다사읍 문산리 낙동강 강변의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강둑길을 6.2km 걸었다. 고산준령의 험난한 산세를 오르내릴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의 짙은 향수를 느끼게 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함께 하는 즐거움과 가을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어스름이 깔리는 밤, 강둑길 풀숲의 풀벌레 우는 소리가 처연하다. 검게 드리운 낙동강은 생경하게 보이고 강 건너 반짝이는 불빛들이 애수를 자아냈다. 쓸쓸한 분위기에 몰입해 천천히 걷다 보니 까닭 모를 고독에 사무친다. 가을이 마음속으로 먼저 찾아오나 보다. K가 휴식 중 휴대폰을 빠트렸다. 바꾼 지 두 달 됐다. 뒤늦게 분실 사실을 알고 습득자와 연락해 찾았다. 다행히 고마운 분이 주웠다. 갑자기 한동안 밤비가 내렸다. 가랑비를 맞으며 강둑길 걷기를 마쳤다.
반월당역에서 헤어지려다가 K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가 찾아 '곡주사'에서 한턱냈다. 그동안 나이가 들면서 체력 관리 차원에서 산행 후 음주하지 않았는데, 오랜만의 막걸리 뒤풀이가 된 셈이다. 문득 한창때 늘 하던 하산주가 떠올랐다. 그때는 하산주를 하지 않으면 단체 산행 의의가 없었다. 모처럼의 술자리가 옛 추억에 젖게 했다. (2024.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