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장사익, 상처[열린 음악회]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8.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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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KBS 레전드 케이팝


여름과 가을이 공존하는 팔월. 7일이 입추, 14일 말복, 22일은 처서다. 15일쯤에는 바닷물이 차가워져 해수욕장을 폐장하는 시기다. 장마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지만 조석으로 시원한 바람이 슬쩍슬쩍 고개를 내민다. 시절은 늘 변화무궁 하여 순리를 거역할 수 없다. 이번 달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마종기의 詩처럼 사랑스러운 일은 그냥 사랑스럽고, 우스운 것은 거침없이 우습게 맞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 상처1의 1, 2, 3 / 마종기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사랑스러운 것이 그냥/ 사랑스럽게 보이고/ 우스운 것이 거침없이/ 우습게 보이네.//
젊었던 나이의 나여./ 사고무친한 늙은 나를/ 초라하게 쳐다보는 이여./ 세상의 모든 일은 언제나/ 내 가슴에는 뻐근하게 왔다./ 감동의 맥박은 쉽게 널뛰고/ 어디에서도 오래 쉴 자리를/ 편히 구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 젊었던 나이의 나여./ 평생 도망가지 못하고 막혀 있는/ 멀리 누워 있는 저 호수도/ 물풀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오래 짓누르던 세월의 불면증을/ 몇 번이나 호수에 던져버린다./ 머리까지 온몸이 젖은 채로/ 잠시 눈을 뜨고 몸을 흔든다./ 연한 속살은 바람에 씻겨/ 호수의 살결이 틈틈이 트고 있다.//
어디였지? 내가 어느덧/ 늙은이의 나이가 되어/ 호수도, 바람도, 다리도/ 대충 냄새로만 기억이 날 뿐,/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가끔/ 귓속의 환청의 아우성,/ 아무도 우리를 말릴 수 없다는/ 상처의 나이의 아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