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사랑하는지 알려나 몰라
그러려니하며살자
2024. 3. 12.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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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를 조금 넘겨 ○○초등학교에 갔다. 교문 앞에 울멍줄멍 모여든 학부모들 뒤에 섰다. 아이들이 한 반 빠져나가면 다음 반이 나오곤 한다. 마중 나온 학부모들이 떠나자 제일 앞자리에 서게 됐다. 선생님이 병아리 한 무리를 데리고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멀리서 봐도 사랑하는 병아리가 보였다. 손을 흔들었다. 저도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준다. 선생님과 하교 인사가 끝나자 쏜살같이 달려왔다.
사랑이 봄바람을 타고 달려왔다. 나는 이만수 포수처럼 쪼그려 앉아 사랑을 받았다. 스트라이크! 야구 장갑으로 공을 잡듯 아이를 꼭 껴안고 일어섰다.
손을 잡고 걸었다. 따뜻했다. 급식을 남김없이 다 먹었다고 자랑했다. 밥을 먹여서 하교시키나 보다. 먹고 싶은 것을 사주려고 했는데…. 조그만 아이 등에 커다란 가방이 버겁게 보였으나 한편으로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데 괜히 쓸쓸한 것 같았다. 하하. (2024.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