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텃밭 채소를 먹으며

그러려니하며살자 2023. 11. 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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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텃밭에서 고춧대를 뽑아왔다. 진작 뽑아내야 하였는데 그동안 내가 고추를 따 먹는다고 몇 포기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뽑아온 고춧대의 고춧잎을 따 삶아 나물을 무쳤다. 고춧잎이 좋은 데다 집사람 손맛이 보태졌다. 열흘 전 얻어온 열무로 담은 물김치와 나물과 밥을 비벼 맛을 보니 그만이다. 채소를 좋아하는 손자가 생각나 먼저 한 반찬통을 담았다. 손자는 아기 때부터 우리와 함께 지내 애의 입이 어른스럽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아직 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하고 떡과 전을 즐긴다. 상치와 고추 같은 것도 좋아해 텃밭에서 가져오면 애 몫을 조금이라도 챙겨둔다.

지인의 텃밭은 상치, 고추, 가지, 오이, 부추, 쑥갓. 쪽파, 큰 파, 배추, 무, 열무, 양배추 등 때 따라 무농약 먹거리가 쑥쑥 자란다. 지인과 가까이 사는 덕분에 상시로 작물을 얻어먹는다. 올해는 채솟값이 너무 비싸 얻어먹으니, 맛도 기분도 더 낫다. 열흘 전에는 열무를 얻어와 집사람이 물김치를 담갔다. 맛이 좋고 양도 많아 딸네에게도 나눠주었다. 가을 무 또한 두부와 멸치만 넣고 지져도 달콤하고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워 다른 찬이 필요 없을 정도다. 쪽파도 김 가루와 무쳐놓으니, 맛은 물론 보기도 좋다.  

농작물은 주인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더니 지인의 텃밭을 보면 정말 그렇다. 주말농장에서 최고 텃밭이다. 멀리서 봐도 워낙 깔끔하고 작물이 예쁘게 자라 지인의 텃밭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인심까지 후해 작물의 80%를 주변인과 나눈다. 나는 그를 '텃밭의 여왕'이라 칭한다. (2023.11.2.)

고춧입 나물과 열무 물김치
늘 한보따리 얻는다.
텃밭의 여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