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추억
반곡지 나들이
그러려니하며살자
2023. 10. 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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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곡지는 1903년 조성된 15,000평 정도 되는 아담한 농업용 저수지다. 백 년 전 못 둑에 심은 왕버들이 수면에 반영된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봄에는 파릇하게 물오른 왕버들과 복사꽃이 어울려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고, 여름이면 무성한 숲 그늘이 못 바람과 더불어 더위를 식혀준다. 사색의 계절 가을이 깊어지면 단풍이 심금을 울리고, 삭풍 부는 겨울에는 벌거벗은 나무가 한 번쯤 인생에 말을 걸어온다. 왕버들과 물, 반영이 삼위일체 조화를 이루어 사계절 내내 경산 시민의 사랑을 받는다.
외식할 겸 가족과 느지막이 반곡지에 갔다. 손자가 가장 좋아했다. 못을 한 바퀴 돌면서 앞장서 달리다가 다시 뒤돌아 오고 하는 모습이 날랜 다람쥐 같다. 내리막길을 쏜살같이 내달릴 때는 넘어질지 겁이 덜컥 났다. 할애비 심정을 아는 둥 마는 둥 상관하지 않는다. 무심한 녀석을 품에 꼭 안아주면 내가 더 포근하다. 사진을 찍자 하니 이 녀석 표정 좀 보소, 이병헌이 따로 없다. 오늘만큼은 손자는 반곡지 나무고 나는 물이 된다. 아니 오래도록 그랬으면 좋겠다. (2023.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