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지가 매호지 새 이름 얻어


농사철로 접어들었다. 매호동에서 텃밭을 가꾸는 지인의 일손이 바빠졌다. 벚꽃 가로수가 꽃비를 날린다는 소식을 주더니, 어느새 상추를 따놓았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올해도 먹 복이 좋을 것 같다. 차를 몰고 텃밭에 나갔다.
텃밭이 환하게 일신됐다. 예년까지만 해도 일부 텃밭의 정리정돈이 아쉬웠는데, 텃밭 단지 전체가 깨끔해졌다. 놀라운 변화다. '텃밭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일솜씨가 뛰어나 주변 텃밭 주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나 보다. 보기가 좋았다.
텃밭 앞 인도에 없던 푯말이 보였다. 구청에서 세운 '매호지' 이정표다. 지난해 여름 구천지* 이름을 매호지로 바꾸려 한다더니 지명이 확정됐구나 싶었다. 지인에게 받은 상추를 차에 실어놓고 매호지에 걸어갔다. 저수지 앞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세운 '구천저수지' 표지판 뒤에 수성구청에서 작은 안내판을 심어놓았다. '1947년에 조성된 이 저수지는 그동안 구천지(狗泉池)로 불리었으나, 2024년 10월 이곳의 지명을 반영하여 매호지(梅湖池)로 변경되었습니다.'라고 저수지 이름을 변경했다는 내용이었다. 무슨 작명이든 이름에는 호불호가 따르기 마련이다. 하필이면 변경 동기가 주민들이 구천(狗泉)을, 저승을 의미하는 九泉으로 떠올려 바뀠다니 별스럽다. 이왕지사 매호지(梅湖池)로 변경했으니, 이제는 못 둘레에 심긴 무궁화를 매실나무로 수종 교체하지는 않을지 궁금해 졌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면서, 지명 변경이 행정력 남용과 세금 낭비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집으로 돌아가 지인에게 얻은 상추와 열무 새싹으로 고추장에 밥 비벼 입맛이나 살려야겠다. (2025.4.14.)
* 구천지(狗泉池) 유래: 서호동과 위매동을 1914년 병합해 매호동이 됐다. 위매의 동남쪽에 펼쳐진 개심 들판에 물을 공급하는 곳은 개심못이었다. 지금의 구천지다. 처음 개심들에 물을 댈만한 물줄기를 찾아 돌아다녔는데 수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함께 따라온 개가 땅에 주둥이를 대고 짖어대므로 이상하게 여겨 그곳을 파니 물이 솟아났다. 물의 양이 엄청나서 결국 못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유사하게는 개가 못 앞을 지나가는 꿈을 꾸었다 하여 개 구(狗), 샘 천(泉)자를 따서 '구천지'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흥미로운 지명이 아닐 수 없다. 1950년대 심한 가뭄으로 못 바닥을 드러낸 일이 있으나 이후는 물이 마른 적이 없다고 한다. (김병우 대구한의대 교수의 '고산의 지명과 전설'에서 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