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 금강계단


통도사를 여러 번 갔지만, 금강계단(金剛戒壇)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갈 때마다 문이 닫혀 담장 밖에서 까치발은 하고 고개를 내밀고 쳐다봤다. 오늘은 매화 구경 갔다가 뜻밖에 금강계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음력 보름이라 금강계단을 개방한 모양이다.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불공 올리는 신자가 가장 많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신자들과 탐매객으로 혼잡했다.

수많은 불자가 탑돌이를 했다. 시계 도는 방향으로, 맨발로 돌고 있었다. 지인이 대웅전에서 참배하고 나오는 동안 기다렸다가 함께 금강계단에 들어갔다. 신자들을 따라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탑돌이 하시는 어느 보살이 "사진 찍다 들키면 관리인(금강계단 안내 자원봉사자)에게 꾸지람 듣는다"라고 말했다. 주의를 환기해 주었지만, 동서남북 몇 커트 찍었다. 실내가 아닌 개방된 바깥 공간인데 휴대폰 촬영을 금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담장 밖에서는 되고, 담장 안에서 안 된다면 탑돌이에 방해가 될까 봐 그럴지도 모른다. 실제 방해되지 않은데 신앙인이 아니라서 살짝 이해가 안 됐다. 그럼에도 금강계단에 들어가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부도를 한 발짝 더 가까이에서 친견해 기뻤다. (2025.3.14.)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자장율사가 세웠다. 대웅전은 석가모니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고 건물 뒷면에 금강계단을 설치해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불가에서 금강계단은 승려가 되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수계의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지금의 금강계단은 고려·조선 시대를 거쳐 여러 차례 수리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금강계단 형태를 띠고 있다. 가운데 종 모양의 석조물을 설치해 사리를 보관하고, 1층 기단 안쪽 면에는 천인상을, 바깥쪽 면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인 제석의 모습을 조각했다. (국가유산청 자료)

